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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음 생엔 나의 아들로 태어나소서

프롤로그 5년 전 헤어진 아버지, 불쌍한 내 아버지. 김치를 씻어 손바닥에 올려놓고 밥을 싸서 입에 넣어주시던 내 아버지.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스스로 김치를 씻고 밥을 싸서 먹어본다. 없이 사는 시골집 후실의 첫아들로 태어나 가고 싶어 하던 학교도 못 가고 남의 집 머슴살이하던 8살 꼬꼬마, 우리 아버지 스물아홉에 얼굴도 모르는 여자와 결혼하고 군 생활하며 모은 몇 푼 안 되는 돈을 밑천 삼아 도시에 살림을 꾸리셨지. 12년 만에 얻은 귀한 딸 잘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자고 시작한 포장마차, 그마저도 어린 딸자식 얼어 죽을까 일찌감치 접고 목수로 막일로 처자식 입에 먹이 물어다 넣어주셨지. 먼 사촌 상을 당해 마지막 가는 길 배웅하다가 차 사고로 건..
프롤로그

5년 전 헤어진 아버지,
불쌍한 내 아버지.
김치를 씻어 손바닥에 올려놓고
밥을 싸서 입에 넣어주시던 내 아버지.
그 맛을 잊을 수 없어 스스로 김치를
씻고 밥을 싸서 먹어본다.

없이 사는 시골집 후실의 첫아들로 태어나
가고 싶어 하던 학교도 못 가고
남의 집 머슴살이하던 8살 꼬꼬마,
우리 아버지

스물아홉에 얼굴도 모르는 여자와 결혼하고
군 생활하며 모은 몇 푼 안 되는 돈을 밑천 삼아
도시에 살림을 꾸리셨지.

12년 만에 얻은 귀한 딸 잘 먹이고
입히고 가르치자고 시작한 포장마차,
그마저도 어린 딸자식 얼어 죽을까 일찌감치 접고
목수로 막일로 처자식 입에 먹이 물어다 넣어주셨지.

먼 사촌 상을 당해 마지막 가는 길 배웅하다가
차 사고로 건강 잃으시고
가슴 치며 포기한 딸자식 대학 공부

한이 되고 한이 되어버린 공부
딸자식 하나만은 원 없이 시키리라 다짐했을
중년의 아버지
하나밖에 없는 자식 공부 못 시키는
아비 마음이 오죽했을까?

“아버지는 크시고 나는 작습니다.
아버지는 주시고 나는 받습니다.

다음 생애는 제 아들로 태어나소서.”
김영희
강연 작가, 춤추는 책 대표
dud-0718@naver.com

학력
교육대학원 국어교육 석사

경력
춤추는 책 대표
행복도서관장
초, 중, 고 국어교육 20년
한국지식문화원 기획실장
한국작가협회 지부장
각종 기관 책 쓰기 강의

저서
<자격증 육아>외 15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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